2023년 3월 3일 넷플릭스에 공개된 사이비 종교를 다룬 다큐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에서 다룬 두 번째 파트 [오대양 사건]에 대해 다루어 보겠습니다. 이 사건의 개요와 오대양의 교주 박순자, 생존자들의 증언을 통해 이 사건에 대해 고찰해 보겠습니다.
오대양 사건
(1) 오대양과 박순자
사건 당시 48세였던 박순자는 1984년 대전에서 민속공예품 제조사 오대양이라는 회사를 설립하였습니다. 그녀의 남편은 당시 현직 충청남도청 건설국장을 역임하고 있었으며 오대양은 공예품 제조 대통령상 수상, 88올림식 공식 협력업체로 지정되는 등 박순자는 대외적으로 성공한 여성 사업인이었습니다.
그외에도 고아원, 유치원, 양로원을 설립하여 사회사업을 하며 선행을 베푸는 사업가로 보였기에 대전 지역에서 좋은 평판을 가졌었죠. 그러나 생존자들의 증언과 밝혀진 사실에 따르면 오대양은 겉으로만 제조업체이지 사실은 구원파계 시한부 종말론을 따르는 사이비 종교단체였습니다.
운영하던 고아원과 양로원에 있는 아이들과 어르신들은 신도들의 자녀와 부모들이지 실제 사회취약계층이 아니었죠. 이 과정에서 자녀와 부모를 만나지 못하게 하거나 죄를 자백하게 강요하여 부모자식 간에 서로를 매질하게 하는 등 사이코패스적인 행태를 보였습니다.
(2) 사건 배경
대외적인 평판과 조직력을 바탕으로 박순자는 170억원에 달하는 사채를 끌어 모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5억을 차용해 주었던 L씨가 돈을 돌려달라고 독촉을 했다가 신도들에게 집단 구타를 당하자 오대양을 고소하게 되는데, 여기서 박순자는 그간 알려졌던 이미지와 다른 사실로 경찰과 언론의 압박을 받게 됩니다.
더이상 견딜 수 없게 되자 박순자는 모든 신도들과 자신의 자녀 두 명을 포함한 80명과 함께 오대양 용인 공장으로 모였고, 투자자금을 가장 많이 내놓았던 신도들과 자녀 두명을 합쳐 총 32명을 골라 천장에 올라가고 나머지 인원들은 공장 창고 안 박스더미 뒤에 숨겨둡니다.
(3) 사건 발생
1987년 8월 29일, 용인 공장 천장 위에서 그들은 32개의 변사체로 발견되었습니다. 사건 현장에는 31명의 시체가 잠옷이나 속옷차림으로 2그룹으로 나뉘어 쌓여 있었고, 공장장 L 씨만이 서까래에 목을 매고 있어 자살인지 타살인지 알 수 없는 기괴한 모습들이 보존되어 있었습니다.
타살이냐 자살이냐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는 진행되었지만, 현장에서 발견된 식음료 및 대소변통 등 생활 흔적과 모든 시체에 남은 경부 압박에 의한 질식사 흔적, 사망자들이 쓴 것으로 보이는 메모 등으로 미루어 집단 신경안정제 복용 후 이루어진 자의적 타살 및 자살로 결론 지어졌습니다.
생존자들의 증언
(1) 박순자는 신이었다
박순자는 평소 "자신은 오대양을 지배하는 사람으로 앞으로는 세계를 주관할 신의 계시를 받은 존재"임을 자주 강조했다고 합니다. 조만간 말세가 오는데 자신을 따르지 않으면 죽는다고 말이죠. 사이비 종교 특유의 교주 신격화 과정을 통한 가스라이팅입니다.
박순자는 신도들을 대상으로 월에 한번 "반성의 시간"을 가지고 전원 참석시킨 자리에서 양심고백을 강요하고 집단 구타의식을 거행했다고 합니다. 사건 발생 전에도 매 맞고 죽어나간 신도들이 여럿이었으나 살인사건 마저 은폐할 정도로 신도들은 이미 정상적인 사고가 불가능했습니다.
(2) 신은 돈을 가져오라 명했다
오대양의 추정 채무 총액은 약 110억 원인데 사망한 32명의 채무액이 대략 47억 원으로 밝혀졌습니다. 전지전능한 교주가 돈을 요구하니 이미 몸과 마음을 지배당한 신도들은 자신의 재산과 가족 및 일가친척들의 돈까지 끌어다 박순자에게 갖다 바쳤습니다.
신(박순자)은 돈을 원했고 신도뿐 아니라 신도의 주변인들까지 피해를 입었습니다. 사건 발생 이후 사라진 110억 원의 채무 빚으로 인해 그녀와 신도들을 믿고 투자했던 채권단은 한순간에 거액을 빼앗기고도 원망할 사람조차 남지 않은 신세가 되어버렸습니다.
사건에 대한 고찰
이곳은 축복받은 땅, 젖과 꿀이 흐르는 이곳은 평화 깃든 땅, 바로 오대양
당시 방송 보도에 박순자가 설립한 위장 고아원에 수용된 어린아이가 부르는 노래가 남아있습니다. 신도와 채권회수를 못한 채권자들도 안타깝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오대양 사건을 바라보며 이 아이들이 가장 불쌍했습니다. 부모의 '잘못 믿은 죄'가 대물림 되어 작은 영혼들에게까지 평생 상처로 남았습니다.
신도들은 세뇌당한 뒤에는 모종의 사건이 있어도 옳고 그름을 가려내지 못합니다. 대체로 그렇습니다. 이것이 사이비 종교의 정말 무서운 점입니다. 오대양사건의 경우 이미 신도들이 자신들의 재산까지 넣어둔 상태인데 교주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오죽 절대적이었을까요.
"신천지에 입교한 사람들이 괴물이나 정신이상자가 아닙니다. 누구보다 평범한 우리의 이웃들입니다." 과거 신천지가 한창 사회문제로 대두되었을 때 탈퇴한 신도가 했던 말이 너무나 소름 끼쳤던 기억이 납니다. 사이비종교는 지금도 수많은 평범한 사람들이 자기도 모르게 미혹되는 사회의 암적인 존재입니다.
국가는, 그리고 우리 사회의 지성을 가진 공동체는 이런 불행한 사태를 줄이고자 노력해야 합니다. 사이비종교의 위험성을 알리고 집단 구성원이 자신이 속한 집단에 대한 자가진단 테스트를 해볼 수 있도록 공익광고를 시행하고 기행에 대한 신고와 제보를 받는 등 종교집단 관리 필요성을 강조하며 글을 마칩니다.
※ 지난 JMS 포스팅에서 사이비 종교집단과 교주 처벌에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소망했던 것이 이루어진 것인지 '23.3.7 주요 언론사에 이원석 검찰총장이 "정명석이 엄정 형벌 선고되도록 최선을 다하라" 지시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악인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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