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신이다 [넷플릭스 신작 다큐] 후기 ④ 만민중앙교회 이재록

넷플릭스 신작 다큐 나는 신이다 후기 시리즈의 마지막입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구속된 교주 이재록과 극단적 신비주의로 이단으로 판정받았으나 아직도 교세가 건재하여 많은 사람들이 다니고 있는 만민중앙교회, 우리나라의 사이비 종교에 대한 고찰에 대해 다루어 보겠습니다. 

자칭 성령님 이재록이 빼앗아 간 것들

이재록은 1943년 전남 무안에서 태어났습니다. 40대 초반의 이재록이 1982년 만민중앙교회를 개척한 지 8년 만에 교회는 기성교단으로부터 '이단' 판정을 받습니다. 그는 설립 초기부터 신비주의에 기반한 '질병 치유 쇼'를 하는 등 일반적인 종교 지도자가 아닌 메시아 행세를 해왔습니다.

이재록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소경이 눈을 뜨고 앉은뱅이가 일어나는 기적을 선보이는 가짜 기적을 통해 교세를 불렸으며 구약의 교리에 자기 입맛에 맞는 해석을 덧붙여 오랜 세월 수많은 신도들을 속이고 착취하였습니다. 신도들의 무엇을 착취했는지 하나씩 알아보겠습니다. 

(1)돈

거의 모든 사이비 종교가 그러하듯 이재록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재록은 돈을 요구했습니다. 하나님을 믿는 것에는 5단계가 있고 천국에도 계층이 있어 더 많은 돈을 교회에 갖다 바쳐 더 높은 단계로 도약할 것을 종용하였습니다. 신도 모두에게 믿음의 총량을 %로 나누어 수치를 정량화했죠.

교인들을 교회에 갖다 바친 돈으로 등급화하였습니다. 다큐에 나오는 탈퇴한 신도의 증언에 따르면 가장 확실하게 높은 단계로 나아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각종 헌금과 예물을 교회에 갖다 바치는 것뿐이었고 스스로도 높은 계층에 속한 것에 뿌듯했다고 합니다. 

기도나 목사님과 함께 하는 사진촬영 등 거의 모든 이재록이 신도에게 해주는 활동에 대해 헌금이라는 명목으로 돈을 받았고 고액 헌납자에게는 교회 내에서 대우를 받았습니다. 주부들은 아르바이트를 해서라도 돈을 벌어 교회에 헌납했고, 아이들은 용돈이라도 갖다 바쳤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재록이 설교하는 모습을 사진 촬영해 액자로 만들어 팔거나 이재록이 기도해 영적인 기운을 갖고 있다는 손수건이나 심지어 물(무안단물)까지 갖다 파는 등 이재록 굿즈장사까지 했습니다. 이미 그를 메시아라고 믿는 신도들은 이러한 일련의 행위에 아무런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습니다.

(2) 건강

만민교회를 대표하는 질병은 결핵이라고 합니다. 결핵은 상대적으로 현대사회에서 약물로 비교적 간단하게 치료가 가능한 질병인데 왜 결핵을 대표 질병이라고 했을까요? 이유는 방치했다가 죽음에 이르게 된 신도가 발생하거나 약물치료를 거부했던 신도들 때문이라고 합니다.

교회에서 의사의 치료를 받지 않고 이재록의 기도와 신도의 믿음으로 인한 자연치유를 강조했기 때문인데, 이로 인해 병을 키우다 죽음에 이르게 된 신도를 두고 만민중앙교회는 신도가 평소 죄가 많아 죽게 된 것이라고 설교하거나 믿음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신도의 탓으로 돌렸습니다.  

병원에 의존하면 믿음이 없는 것을 증거 한다는 설교에 신도가 진짜 병원에 가지 않을 만큼 가스라이팅을 당한 것도,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사람들을 향해 '죄 때문'이라는 성경에 대한 무책임한 자의적 해석도 기가 찹니다. 현재 이재록은 대장암 말기라고 하던데 목자님도 죄가 너무 많으신가 봅니다.

(3) 성

1982년 설립된 만민중앙교회의 역사를 고려해 보면, 교회는 청년이 결혼을 해 자녀를 낳고 자녀가 또 청년이 되었을 만큼 오랜 시간 존속했습니다. 그런데 교회는 이곳에 어린 시절부터 부모손을 잡고 이재록이 성령님이라고 믿고 교회를 다녔던 여성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었습니다.

20대 초반의 어리고 예쁜 여성들을 자신의 거처로 불러들여 자신을 신이라 믿는 그들을 대상으로 지속적으로 성폭행하였습니다. 한두 명도 아니고 현재까지 밝혀진 것만 9명이 넘습니다. 증언에 따르면 그들은 처음에는 자신들이 무슨 일이 당하고 있는지도 알지 못했다고 합니다.

이재록과 만민교회를 나쁘게 판단하면 안 된다는 분위기 속에서 너무나 오랜 시간, 그들이 신이라고 믿어온 남자가 자신에게 하는 행동이 범죄라고 쉽게 인식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여하튼, 그는 이 사건이 공론화되며 2019년 징역 16년을 확정선고받고 현재 옥중에 있습니다.

만민중앙교회의 집단행동과 광기

(1) MBC 'PD수첩' 방송 저지를 위한 주조정실 점거

1999년 이재록의 각종 신비주의에 근거한 설교와 더불어 만민중앙교회의 이탈 신도들의 피해 증언이 일자 MBC PD수첩에서는 교회 실태를 폭로하는 방송을 제작했습니다. 이에 방송 당일 밤 교회 신도 2,000여 명이 여의도 MBC 사옥으로 몰려들었고 방송 주조정실을 점거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장비를 강제로 꺼버리거나 부수고 직원을 폭행하는 등 방송 시작 8분 만에 본방송이 중단되고 비상 송출 방송이었던 "자연은 살아있다"의 아프리카 얼룩말이 송출되었습니다. 이것은 군부독재시절에도 없었던 대한민국 역사상 유례가 없는 사건이었습니다.

이들의 집단행동을 뒷받침하는 도덕적 근거는 "우리 목사님과 교회를 지키자"였고, 실제로 사건 이후 이어진 각종 법적공방에서는 만민중앙교회가 졌지만 이를 계기로 교회는 결속력이 더 강해졌다고 합니다. 이때 누구보다 앞장서 폭력을 휘둘렀던 사람들이 교회 내 스타가 되기도 했습니다.  

(2) 이재록 성비위 집단 은폐 및 피해자 2차 가해

성폭행 사건이 세상에 드러나면서 만민중앙교회를 떠난 신도들도 많지만 여전히 교회 대다수의 신도들은 피해자들은 거짓을 말하고 있고 이재록은 억울하게 고난을 당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와 더불어 피해자들에 대한 2차 가해도 이루어졌는데,

교회 신도였던 법원 직원이 피해자들의 실명과 증인신문 일정을 확보해 '공판 예상 거짓고소녀 증인 목록'이라는 제목으로 자신들의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 게시하는 등 개인정보를 유출하고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고통을 주었습니다.

우리나라 사이비 종교에 대한 고찰 : 그들은 종교단체인가 범죄단체인가?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무속신앙이 발달한 나라입니다. 조상들은 무당의 굿과 부적을 통해 액운을 물리치기 원했고 복을 비는 행위가 종교로 발전해 왔습니다. 기독교나 성당도 이러한 기복신앙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종교를 통해 복을 바라온 역사가 있는 민족이기 때문입니다.

정상적인 종교도 그러합니다. 그런데 여기에 거짓 메시아들이 욕망이 담긴 성경 해석과 교주 신격화, 교인들의 기복신앙, 물질만능주의가 만나게 되면 '이단' 또는 '사이비 종교'로 빠지게 됩니다. 신천지, JMS, 만민중앙교회 등 현존하는 사이비들은 모두 공통 요소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소위 이단이라고 부르는 사이비 종교들은 하나 같이 구성원들을 착취하고 그들에게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깁니다. 무서운 점은 그 구성원들이 어디가 못나고 어리숙한 사람들이 아니라 우리 사회 어디에서나 찾아볼 수 있을 법한 평범한 사람들이라는 겁니다.

사이비 종교는 공통적으로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삶의 슬픔과 고통을 이용해 평범한 사람들을 미혹하여 처음엔 피해자로, 나중엔 가해자로 탈바꿈시키는 무서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개인들은 종교의 탈을 쓰고 다가오는 범죄자 무리를 경계해야 합니다.

또한, 우리 사회는 그들에 대한 강력한 대응을 고민해야 합니다. 사이비 종교는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문제입니다. 그리고 범죄조직에 대한 법적 조치에 대한 문제입니다. 우두머리의 착취와 폭력은 단체의 조직적 체계적 조력 없이 오랜 기간 이어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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